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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무기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버마행 북한 선박을 미국 해군이 추적한 사건은 한편의 통속 스릴러물과도 같았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이 두 정권에 있어 이 사건의 특이점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는 점밖에 없다. 여러 해에 걸쳐, 버마의 집권 국가평화발전위원회 (SPDC)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국제 사회의 눈을 피해 군사적, 외교적인 유대를 서서히 강화해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안에 따른 제재의 일환으로 시행된 미국의 북한 화물선 강남 1호에 대한 감시는, 핵개발 목적 또는 망상적 두려움에 근거한 미국의 침공에 대비 목적으로 한 버마의 지하 벙커 건설에 북한 기술자들이 협조해왔다는 최근의 주장과 맞물려 나온 것이다. 사실, 휴전선 근처 지하 벙커와 땅굴 건설 (일부는 남한에 의해 발견되어 폐쇄되었다)의 오랜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보다 더 나은 노하우를 버마에 제공해 줄 수 있는 국가는 없을 지도 모른다.             

화물선이 현재 기수를 돌려 북한으로 회항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그 배에 무엇이 실려 있었는지, 그리고 버마로 향하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양국간의 상호 방위 연대에 대해 더 많은 궁금점을 야기할 뿐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면서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돈을 허비해 왔다는 불명예와 공개적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주 김정일 정권이 태평양을 가로 지를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남한과 일본 언론의 보도로, 북한의 핵개발 야욕은 다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기 위한 명백한 노력의 일환으로, 북한은 비공개 재판을 통해 두 명의 미국 기자들에게 불법 입국과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적대행위죄"로 12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함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억압적인 정권인지를 국제 사회에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었다.          

버마의 핵개발 야욕은 이보다 덜 명확하고 덜 진전되어 있다. 버마에 무기를 공급하는 국가들은 이미 알려진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부터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세르비아 등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북한은 지난 몇 년 간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 땅굴 전문가를 포함한 군사 및 방공포에 관한 자문가들을 버마에 지원함으로써 이 같은 국가들의 대열에 합류하였다. 1983년 당시 버마의 수도 양곤에서 남한 정부 요인 여러 명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 된 사건 이후 단절되어 있던 양국간의 관계는 2007년 외교 관계 재수립 이후 개선되어 왔다.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두 정권이 가까운 관계를 맺어 간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은, 한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한 나라는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다지 주목할 만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독재정권인 양국 모두, 정권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언론, 시민 단체, 여론 등이 전무한 통제 사회라는 점에서 안보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양국 모두 폭압, 검열, 공포, 빈곤, 생필품의 결여, 정권 유지를 위한 자의적인 고립 등 기본적인 전술을 사용해 외부세계로 하여금 자국의 실상을 파악하기 쉽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       


 버마 군사 정권은 비록 유엔 기구, 구호 단체, 관광객,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더 개방적이지만, 자국내의 정치적인 반대의 목소리는 거의 완벽하게 억압하고 있다. 한 미국인이 호수를 건너 그녀의 자택에 침입한 사건으로 빚어진 아웅산 수치 여사의 기이한 재판은 우리에게 버마에 2100명의 정치범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버마 지도자들이 자국 내 소수 민족 무장 단체들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때마다 자국민에 대한 버마 정부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공격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대다수의 버마인들은 날로 악화되는 생활고를 겪고 있다.           


북한 정권의 정치적 억압은 매우 가혹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같은 저명한 반체제 지도자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자유, 민주주의, 기본권의 보호를 요구하는 어떤 대규모의 정치적 시위도 외부 세계에 알려진 것이 없다. 북한은 연좌제에 관한 한 세계적인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치적 범죄를 저지르면 3대에 이르는 가족 전체가 정치범 수용소로 일생동안 보내지게 된다. 좀 더 운이 좋은 케이스는 식량이 부족하고 삶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로 보내지곤 한다.        

세계의 안보 우려와 인권 신장의 필요성 (특히 표현과 정보의 자유)은 그러므로 두 나라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다. 둘 중 한 나라가 불법, 무도한 행위를 저질러 온 종일 뉴스에 보도될 때만 대응하는 대신, 국제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고통받고 있는 인구에 속하는 두 나라 국민들의 고난에 지속적인 우선 순위를 두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  

버마와 북한은 또 하나 핵심적인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 양국 모두에 중심 역할을 하는 외부세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두 나라에 있어 최대 교역국이자 오랜 기간 중대한 정치적 지지를 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지금 두 나라에 모두 실망하고 있다. 북한은 6자 회담에의 복귀 약속을 저버렸고, 버마는 아웅산 수치와 정치적 반대파들과의 개혁 논의에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아 중국을 당황시켰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이 지닌 정치, 경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버마의 군사 지도자들과 북한의 김정일로 하여금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것을 재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핵기술로부터 소형 무기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의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 넣는 폭정의 근간인 군사 기술에 있어 버마와 북한의 유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전 남한 외교부 장관이었던 반 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이번 주 반 총장은 정치 개혁과 정치범 석방을 위한 압력을 넣기 위해 버마를 방문한다. 국제 사회는 남한 출신의 반 총장이 북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지지가 없는 한 반 총장의 노력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중국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버마와 북한의 국민들, 그리고 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억압과 망상의 동맹을 타파하고자 하는 노력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케이 석과 데이빗 스캇 매티슨은 각각 휴먼라이츠워치의 북한과 버마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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